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인생] "불안은 인간에게 필수적 감정… 남의 시선에 지배당하지 말아야"

작성자 이지현 기자 입력 2017-10-18 16:51:07 수정 2017-10-19 10:04:44
명의 인터뷰 - 한상우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

과거에 머물러있지 말고 현실에서 가치 찾아야

SNS 소통만으론 부족
사람과 직접 접촉 늘리고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
긍정적인 사고 훈련도 도움

“인간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주의력이 부족하고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짐승에게 잡아 먹혔다. 경계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 살아남았다. 불안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감정이라고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한상우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은 “사람은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며 “불안을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1987년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UCLA에서 불안 우울 약물유전학 분야 연수를 받은 한 교수는 우울증, 화병, 조울증, 공황장애 등을 치료하는 명의다. 한국형 우울증 약물치료 지침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조현병 치매 등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를 했다. 올해 초 그는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에 취임하며 불안에 관한 질환과 국민들의 거리감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다.

북한 핵 위기, 성장둔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커지는 시기다.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삼포,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오포, 오포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다는 칠포 등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자연히 국민의 불안지수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한 교수는 대한불안의학회에 소속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함께 국민이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행복수칙 8계명을 발표했다. 불안을 불안해하지 말라, 불안과 더불어 살기, 초점을 바꾸어라, 어쩔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자, 지금 여기 현재를 살자 등이다. 그는 “높은 자살률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행복수칙 발표 이유는 무엇인가.

“불안의학회에서 일반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나이나 성별, 결혼 여부, 수입, 종교, 취미생활 같은 요소는 큰 영향이 없었다. 불안과 우울이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속되는 높은 자살률도 불안과 우울이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 우울과 불안을 줄이는 노력이 자살률을 낮추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불안하고 우울할 때 행복수칙을 되새기면서 스스로 불안을 다스리도록 돕자는 취지다.”

▶‘불안을 불안해하지 말라, 더불어 살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불안은 친구 같은 것이다. 불안이 내 주인인 것처럼 느끼게 되면 불안에 지배당한다. 옆집 친구가 집을 샀는데 두 배로 올랐다고 하자. 계속 그 생각만 하면 결국 불안에 지배당한다. 겉보기 사회, 겉보기 가치라는 말이 있다. 경제적 부, 명성, 성공 등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에 매달리는 것은 남의 시선에 지배당하는 삶이다. 겉보기 가치보다 내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

▶지금 여기 현재를 살자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수천 년 전 노자는 ‘과거에 머무르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고 미래에 머무르는 사람은 불안한 사람, 현재에 머무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의미 그대로다. ‘그때 집을 샀어야 하는데’, ‘땅을 샀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핵 미사일을 쏘면 어떡하지’라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면 불안해진다. 지금 내가 있는 현실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고 나의 가치와 주변의 가치를 발견하고 만족해야 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외로움은 불안의 원인이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거짓된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은 본래 소외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혼자 집에 있으면서 ‘나는 불안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SNS가 아니라 사람과 만나는 접촉 기회를 늘려야 한다. 연인, 부부, 가족 간 친밀한 만남이 중요하다. 1년에 두 번 명절에만 가족을 만나는 것은 부족하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

“자신이 매 순간 주변에 발생하는 사건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수첩에 메모해보는 것이 좋다. 매일 불쾌감, 화 등 부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있었는지 적고 이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적는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자기 마음도 포용할 수 있다. 참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마음을 안아주고 힘듦을 인정해줘야 한다.”

▶심한 불안을 호소해도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적 편견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치료를 받으면 불안의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을 갖는 이유는 대부분 과거의 상처 때문이다. 불안을 해결하려면 상처를 해결해야 한다. 불안과 함께 공허감 허무감이 있고 일, 놀이, 사랑 중 한 가지에 문제가 있으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네다섯 번만 상담해도 많이 좋아진다. 정신과 의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