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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에 동남아로 향하는 K-바이오헬스

작성자 한민수 기자 입력 2017-09-13 19:42:25 수정 2017-09-13 19:42:25
동남아 보건시장 잠재력 커

2021년 연 9% 성장 전망
1~2년내 인·허가…중국보다 빨라

보령제약·서울제약 등 의약품 수출 계약 잇단 성사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등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응 필요"

의료기기업체 엔도비전 직원들이 동남아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KOTRA 제공

“6~7년 전 조영제와 철분제제로 중국 식약처(SFDA) 판매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보완자료 제출 요청과 잦은 허가규정 변경으로 최근 신청을 철회했죠.”

이순철 에스텍파마 해외사업팀 이사의 말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보건의료 시장인 중국 공략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 당국의 비협조적인 자세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까지 논란이 되면서 중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에스텍파마와 같이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경험한 국내 의료기업들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문화 한류로 한국산 제품의 호감도가 높고 인허가 기간도 중국보다 짧기 때문이다. 지난 11~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코리아 바이오메디칼 플라자 2017’에는 동남아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25개 의료기기 업체와 14개 제약회사, 5개 병원이 참가했다. 동남아 현지기업도 106곳이 참가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동남아 의약품 판매 허가, 中보다 빨라

의료기기업체 엔도비전 직원들이 동남아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KOTRA 제공

김홍년 태극제약 해외사업총괄본부장은 “최근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전부터 해외 의료 제품의 중국 판매허가에는 통상적으로 3~5년이 걸렸다”며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인허가 기간이 1~2년으로 짧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보건의료 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KOTRA에 따르면 동남아 인구는 6억6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5년 보건의료 시장 규모는 1300억달러(약 146조원)로, 세계 시장의 2%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BMI는 세계 보건의료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하지만 동남아는 9.1%로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남아에서 성과를 내는 한국 의료 기업도 많아지는 추세다. 고혈압신약 ‘카나브’를 개발한 보령제약은 2015년 동남아 13개국과 1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올 4월 싱가포르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서울제약도 지난해 다국적 기업 산도스와 동남아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 6월 인도네시아 제약사 SOHO와도 90억원 규모의 현지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번 행사 기간에도 성과가 나왔다. 항생제 제조업체인 펜믹스는 인도네시아 최대 제약사인 칼베와 500만달러(약 56억원)의 페니실린 공급계약을 맺었다.

◆강화되는 규제에 주의해야

국내 많은 의료 기업이 중국 다음으로 동남아에 관심을 두지만 강화되는 규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현철 다산메디켐 해외영업팀장은 “베트남은 2등급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의약품을 후진국 수준인 5등급으로 조정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의약품실사기구(PICS) 가입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의약품 유통은 입찰방식으로 이뤄진다. 높은 등급일수록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은 PICS 가입국을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최근 유럽 규제당국이 인정하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인 ‘EU GMP’를 획득한 업체만 2등급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을 따라 다른 동남아 국가도 선진국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려고 한다면 동남아를 통한 국내 기업의 수출 다각화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쿠알라룸푸르=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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