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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암 진단'...액체생검 시장에 도전장 낸 파나진

입력 2017-08-13 15:02:19 수정 2017-08-13 16:37:55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탑립동에 있는 바이오벤처 기업 파나진. 본사 건물 옆에 4층 규모 연구동 신축이 한창이다.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이곳에서는 제품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생산까지 이뤄진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신규 진단제품을 내놓기에 앞서 시설을 증축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현재 68명인 직원을 2~3년 내 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성기 파나진 대표는 “올해 진단제품 제품군을 확대하고 액체생검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이라며 “올 매출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공 유전자(PNA) 대량생산 기술 보유

2001년 설립된 파나진은 유전자 분자진단에 사용되는 소재와 분자진단 키트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2008년 코람스틸과 합병해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유전자 분자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표지가 필요하다. 기존 업체들은 DNA를 이용해 이런 표지를 만들지만 파나진은 인공 유전자인 PNA를 사용한다.


김 대표는 “DNA로 만든 표지는 상온에서 보관하기 어렵고,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낼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서 “PNA는 유전자와 잘 결합하고, 상온에서 2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PNA는 유전자와 결합할 때 암 같은 돌연변이가 있는 부분에는 제대로 붙지 않는다. 파나진은 이 부분만을 증폭시켜 검사하는 등 다양한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파나진은 설립 후 2년 만인 2003년 PNA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특허를 받았다. 현재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인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다국적 분자진단 업체 퀴아진 등 20개국 300여개 기관에 PNA를 공급하고 있다.

PNA를 이용해 폐암 대장암 갑상샘암 등 진단키트도 생산하고 있다. 파나진이 개발한 폐암 진단 키트는 국내 폐암 진단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대장암 진단키트의 점유율도 80%에 이른다.

기존 DNA 표지가 아닌 PNA로 만들어진 진단제품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파나진은 올해 자궁경부암 진단 검사 키트, 피부암 진단 검사 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호흡기 질환, 항생제 내성균 진단 검사 제품도 출시해 제품군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액체생검 시장 진출

파나진은 혈액으로 암세포를 진단하는 액체생검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액체생검 제품인 ‘파나뮤타이퍼’ 키트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현재 새로운 기술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신의료기술평가 단계에 있다.

액체생검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과학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리뷰가 2015년 선정한 10대 혁신기술에 뽑혔다. 이번 MIT가 선정한 혁신 기술은 IT기술,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액체생검은 피 속에 돌아다니는 소량의 암세포 유전자를 찾아내 진단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암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위해서는 인체를 절개하고 조직을 채취해야했다. 그러나 액체생검 기술을 이용하면 피나 침 한방울만 있으면 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액체생검 시장은 2015년 16억 달러에서 2020년 4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매년 22.3%씩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액체생검은 검사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기존과 달리 여러번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며 “액체생검 검사를 통해 암의 진행, 재발 여부, 약제 내성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의 파나뮤타이퍼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 출시되면 다국적 제약사 로슈와 맞붙게 된다. 로슈도 파나진과 비슷한 시기에 식약처로부터 액체생검 제품 허가를 획득하고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로슈는 앞서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액체생검 제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았다.

김 대표는 “로슈의 액체생검 제품은 DNA 지표를 사용하지만 파나진 제품은 PN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혈액 속 소량의 암세포 유전자를 더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다”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파나진은 연내 FDA에 파나뮤타이퍼의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PNA로 신약개발까지 나선다

파나진은 PNA를 이용한 신약개발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희귀병, 암 관련 치료제 2종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동물실험 단계에 들어가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도 있다. PNA 소재 기술을 확보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PNA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다른 기업에게도 PNA를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PNA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PNA 공급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진단제품 보다 신약을 개발하고 제조하는데 드는 PNA 사용량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단 제품을 만들 때 100만분의 1g인 마이크로그램(㎍) 수준의 PNA가 사용된다. 그러나 신약 동물실험, 신약제조 등에 사용되는 PNA의 단위는 g, ㎏이다. 현재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스, 한국 시선바이오, 레고켐바이오, 예일대학교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PNA를 이용한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


김 대표는 “PNA를 기반으로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넓혀나가겠다”며 “지난해 70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40%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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